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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베이스 일기장

사소하지만 나에게는 신기한 일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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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일기같은 블로그를 작성해보려한다.

 

오늘은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아니, 사실 매일 많은 일이 있는데, 오늘은 조금 더 중요한 일들이 많이 있었던 것 같다.

 

 

 

오늘은 처음으로 집근처를 10분정도 러닝했다.

 

본래 하던 필라테스가 너무 지루하고 하기싫어져서 새로 목표 삼은게 일단 밖에 나가기였는데, 그게 조금 더 발전되어 어제는 나가서 30분정도 걸었고, 오늘은 10분정도 뛰다 오게 되었다.

 

사실 이런 경험은 처음 해보는 것이다. 

 

나는 생얼로 나가는 것도 매우 두려워하는 사람이고(마트갈때도 갖춰입고 메이크업에 헤어 스타일링까지 했던 내 과거..) 운동복을 입고(특히 레깅스!) 밖을 활보한적은 더더욱 해본적이 없는 생각보다 꽉 막혀있던(?) 사람이다. 

 

그런데 오늘은 새로 주문한 러닝티와 레깅스를 입고 밖에 나갔다왔다. 그것도 중학생이후로 해본적 없는 뜀박질을 하며!!

 

시간도 점심때쯤이라 사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일상생활을 즐기고 있었고, 너무 훤한 대낮인 느낌이었다. 

 

본래 약간 해가 덜뜬 새벽같은 아침에 나가서 쥐도새도 모르게 뛰고 들어오고 싶었는데 요즘 계속 비가 오는 바람에 낮에 비가 그치자마자 이때 아니면 또 언제 비올지 모른다라는 생각이들어 냉큼 뛰다 들어온 것이다. 하... 비 색휘..

 

아무튼 덕분에(?) 나는 인생 처음으로 10분을 뛰다 들어왔고 기분은..! 생각보다 너무 활기찼다(?).

 

몸이 조금 긴장된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뭔가 에너지가 도는 느낌이었고, 생각보다 내가 집주위를 빙그르르 돌며 뛰어다닐때 내가 뛰는 길을 확보해주기위해 많은 사람들이 옆으로 비켜서주는 그 느낌도 너무 괜찮았다. 

 

앞으로 이렇게 조금씩 시간을 늘려서 내년에는 진짜 나이트레이스 도전해야지! 

 

 

 

두번째 새로운 일은, 새로운 마트를 간 것이다. 

 

이게 뭐가 신기할까 싶겠지만, 나는 생각보다 틀에 박힌 사람이었나보다. 

 

항상 가는 슈퍼마켓, 항상 가는 길로만 다니고 시간대비 효율이나 가성비같은걸 가장 신경썼었던 건지 내가 원하는 제품이 그 슈퍼마켓(본래 가는 슈퍼마켓)에 없어도 대충 비슷한걸 사거나 그냥 포기해버리는 길을 선택했던 것 같다. 

 

예를 들자면, 오늘 우리 귀욤둥이 토끼씨가 아침에 바나나를 안줬더니(내가 다먹어서 없었음ㅠ) 진짜 하.루.종.일. 슈렉 고양이마냥 애처로운 눈빛을 보내기에 더 기다리게 하기엔 너무나 죄책감이 느껴져서 바나나를 사러 나갔다. 

 

나온김에 요새 식단관리를 제대로 안해준것 같아서 유산균을 보충을 해줄 요거트도 같이 사기로 마음먹고 밖으로 나왔다.

 

항상 가던 슈퍼마켓에 왔는데(여기가 젤 저렴함....이라고 생각했었음) 바나나는 잔뜩있었지만 생각보다 저렴하지 않았고, 내가 원하던 플레인 요거트도 내가 찾는 100프로 무첨가 요거트는 없고 당무첨가 요거트만 있었다. 

 

음식에 대해 한때 매우 깐깐했던 나인지라, 100프로 무첨가와 당무첨가는 매!우! 다른 성분으로 만들어졌다는 걸 알기에 나는 당무첨가보다는 100프로 무첨가 플레인 요거트를 먹고싶었다. 그리고 여기서도 항상 그 제품만 샀었다. 

 

그런데 왜 오늘은 없니..?

 

평소같았으면 아마 '아 오늘은 먹지말란 뜻인가보다'라고 생각하며 포기했거나, '어쩔수없지 뭐'하고 당무첨가 요거트를 대신 샀겠지만, 오늘은 왠지 그러기 싫었다. 

 

'그래, 바로 근처에 다른 마트가 있으니까 거기만 가보고 없으면 그냥 집에가자'

 

그래서 근처 마트를 갔더니, 또 당무첨가 플레인 요거트만 있다.

 

근데 오늘은 뭔가 오기가 생겼다.

 

'아, 그럼 근처에 다른 마트는 또 없나? 앞에 보이는 GS에는 있으려나?'

 

그래서 GS25편의점에 가봤다.

 

이제는 당무첨가도 없고 그냥 플레인 요거트만 있다. 

 

'제길, 그럼 맞은편 CU에는 없으려나?'

 

응, 없다. 플레인 요거트 조차도 없다^^ 

 

하지만 포기하기 싫었다. 

 

모르겠다. 오늘은 왠지 그런 기분이었다.

 

그래서 마음을 굳게 먹고(뭐 이게 대단한 일이라고;;) 조금 더 떨어져있는 큰 마트에 가보기로 했다. 

 

가는 내내 '왜이렇게 멀지, 생각보다 멀게 느껴지네. 본래 이정도 거리였나?' 하고 투덜투덜 거리는 내면의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밀고 나갔다. 

 

결국 마트에 도착했다. 나는 그 마트에서 아보카도 말고는 사본게 정말 단 하나도 없다. 

 

거리도 다른 곳에 비해서 멀고, 그렇게 저렴해 보이지도 않고. 그래서 안갔었다.

 

'비쌀것 같지만 그래도 있었으면 좋겠다'

 

들어가는 길에 귤이 보였다. 사과도 보였다. 갑자기 그 과일들을 사고싶은 마음이 들었다.

 

'안돼. 일단 요거트부터 찾자. 그리고 다시 와서 보면 돼'

 

어...?

 

이....있다..!!!! 있드아ㅏㅏㅏ!!!! 

 

근데 본래 사던 가격보다 400원 더 비싸다. 

 

그렇게 큰 금액은 아니지만(사실 진짜 별 차이없지만) 400원을 손해보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근처에 있는 다른 플레인 요거트들(세일하는것들)을 열심히 들어 성분을 확인했다.

 

'음.. 역시 마음에 안들어' 

 

'그래도 이건 되게 저렴한데 그냥 이걸로 살까?'

 

'아니, 난 100프로 무첨가 때문에 온거야. 400원 정도는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아무것도 아닌 돈이라구!'

 

결국 어렵게 마음을 정하고 계산대 쪽으로 걸어나왔다.

 

역시 사과와 귤이 눈에 밟혔다. 

 

한 팩을 들어 꾹꾹 만져보고 들어보며 고민했다.

 

'바나나랑 같이 하나씩 살까?'

 

하지만 난 사지 않았다. 

 

모르겠다. 그냥 사기로 한것만 사야할 것 같았다.

 

결국 바나나쪽으로 눈을 돌렸다.

 

얼레..? 바나나가 본래 가던 슈퍼보다 2000원가량 저렴했다.

 

'플레인 요거트 값에서 손해보는 가격보다 훨씬 이득인걸?'

 

그래서 냉큼 집어왔다.

 

물건을 계산대에 모두 옮겨놓고 계산을 하는데, 아니 이게 왠일? 요거트 조차도 본가격보다 천원 저렴하게 계산되었다.

 

'응? 내가 잘못들었나?'

 

계산서를 보니 맞다. 

 

'???? 뭐지???? 바코드가 잘못찍혔나?'

 

그건 아닌것 같았다.

 

아무튼 난 정확한 이유를 모르지만 결국 정확하게 원하던 딱 그 요거트와 훨씬 저렴한 바나나를 손에 넣고 집으로 돌아왔다.

 

웃기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명확한 목표를 가지면 내가 생각지도 못한 길로 훨씬 더 빨리 훨씬 더 좋은 길로 그 목표가 이루어진다. 그러니 목표를 명확하게 가지되 포기하지말고, 가는 길에 대해서는 자연의 법칙에 맡겨라"라는 말이 새삼 경험으로 와닿았다.

 

응, 안다. 너무 사소한 일가지고 크게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이는 거라는걸. 

 

하지만 이걸로 나에게 와닿는것이 "정말로" 큰 느낌을 주는 경험이 되었다면, 적어도 나에게는 진짜가 아닐까?

 

아무튼 그렇게 나는 또 집으로 돌아왔다.

 

물론 우리 귀욤둥이 토끼씨도 나를 무척이나 반겼다^^(바나나를..)

 

 

 

 

세번째 일은, 드럼 레슨을 다녀온 일이다.

 

몰랐는데 오늘 벌써 드럼학원을 다닌지 3개월이나 되었더라.

 

최근들어 연습하는데 연습이 너무 편하고 재밌게 잘됬다가, 또 각종 안좋은 생각들(특히 강박관념:이렇게 해야해하는..)이 많이 일어나면 또 연습이 너무 싫고 피곤하고 힘들고 그랬었는데, 오늘 레슨을 가기전에는 모든 마음을 조금 비워내고 갔다.

 

'오늘 레슨을 망쳐도 괜찮아'

 

역시나 선생님은 늘 그랬던 것처럼 밝게 맞이해주셨다.

 

'어떻게 저렇게 사람이 늘 밝을까?'

 

저녁늦게하는 보강이라 오늘은 잡담은 짧게 나누고 바로 레슨에 들어갔다.

 

어찻피 이틀뒤에 또 레슨이라 오늘은 짧막하게 레슨을 나갔다.

 

오늘 배운 내용은 8분음표 더블킥 컴비네이션 필인인데, 사실 이론은 내가 이미 다 아는 것들이다.

 

응, 그리고 사실 연습도 어느정도 다 해봤다.

 

그래도 뭔가 스킵하거나 하기보다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가정하고 배워두는게 좋다는 마음이었기에, 아무렴 다 좋았다.

 

레슨을 나가는 동안 역시 모두 수월하게 다 진행됬다.

 

선생님도 처음하는것 치고 이정도로 연주가 되는건 이미 90%이상 연주가 된다고 보면 된다고 하셨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조금 더 익숙해지도록 깊게 연주하는 게 좋겠지?'

 

레슨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뒷타임 레슨이 취소되었다고 하셔서 잡담을 조금 나누었다.

 

사실, 드럼 컨텐츠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데 그 부분에 대해 선생님께 몇가지 여쭤보고 싶은게 있어 질문들을 몇가지 드렸다.

 

나의 고민은 "드럼을 아예 모르는 일반인들에게 드럼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컨텐츠는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였다.

 

거기에 대한 완벽한 해답을 바라는 건 아니었다. 

 

'그저 어느정도 힌트가 될만한 것들이 나왔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다였다.

 

이야기를 쭉 나누다 보니 요즘 드럼 연습하러 오는 학생중에 드럼 Vlog를 시작한 학생이 있다고 하셨다.

 

내가 냉큼 궁금하다고 했더니 그 사람의 유튜브를 바로 보여주셨다.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왜냐하면 내가 이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나도 드럼과 일상 브이로그 유튜브를 하려고 유튜브 채널을 하나 새로 생성해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실천에 옮기지 않았다.

 

처음 몇몇날은 녹화를 하기도 했는데, 그걸 편집하거나 업로드하진 않았다. 

 

그 영상이 지루하다고 생각했고, 맘에 안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분은 정말 드럼 초보인데도 서스럼없이 브이로그를 찍어 업로드하셨다.

 

솔직한 자기 심정과 레슨때 배운 내용들을 자연스럽게 읊으면서 연습하는 짧막한 과정, 연습이 잘 되지 않아 좌절하는 모습,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연습실로 와 생얼에 네츄럴한 모습으로 연습을 시작하는 과정... 

 

정말 나에게는 너무 신선한 충격이었다.

 

나는 그런 과정이 쓸모있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누구도 보지 않을 것 같아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아니면 그런 내 모습을 보이는게 부끄러웠다고 하는게 맞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 분의 영상을 보는데, 생각보다 흥미롭고 별 내용이 없는데도 그냥 끝까지 다 보게 되었다.

 

'아, 맞아. 영상은 잘하고 못하고가 아니라 내 진실된 모습, 자연스러운 모습이 담기면 그게 최고의 영상이지' 

 

나는 어디서 부터 막힌것일까?

 

그 분 영상을 짧게 확인하고 나서 선생님께서 내 고민을 들으시고는 여러가지 아이디어 예시들을 던져주셨다. 

 

"드럼 제품리뷰를 해보는건 어때요?"

 

"저 제품리뷰는 잘하는데, 드럼 제품에 대해서는 아는게 하나도 없는걸요"

 

"꼭 전문가의 입장에서 하나하나 설명해주는 영상이 아니더라도 그냥 해당 제품을 써보고 '아 이건 이렇네요' 정도로 끝나는 영상을 찍어도 좋을 것 같아요"

 

!!!!! 내 머릿속을 심하게 한대 맞은 느낌이었다.

 

나는 어디서 부터 막힌것일까?

 

"아니면 드럼 튜닝법에 대한 영상을 올려보는건 어때요?"

 

"드럼 튜닝에 대해 아는게 없는데.."

 

"그냥 이렇게 저렇게 시도해보는거죠. 생각보다 세상에는 드럼에 대해 거의 모르는 초보자 분들이 많기때문에 같은 초보의 입장에서 어떤걸 시도해보는 영상을 찍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관심을 가질거에요"

 

'아 맞아. 나 초보를 위한 드럼 영상을 만들려고 하고있었는데!'

 

"아니면 드럼 스틱이나 패드, 심지어 드럼 피, 뮤트젤리(?)같은걸 리뷰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이런 제품을 리뷰하는 사람은 거의 없거든요"

 

'!!!!!!!!!!!!!!!!!'

 

"선생님이랑 대화하다보니 정말 제 사고가 많이 트이는 것 같아요. 저는 다른 걸 할땐 잘 모르겠는데, 드럼만 생각하면 뭔가 다 완벽해야하고 다 갖춰야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정말 많은 도움이 됬어요. 감사합니다"

 

'정말 사소한 것.. 당연한 것.. 나도 모르는 상태라는 걸 솔직하게 드러내는 영상.. 그래, 내가 원했던 것, 내가 지금 당장 만들 수 있는 영상은 이런것들인데! 나는 이런 영상을 찾고 있었는데!'

 

오늘도 선생님과의 대화를 통해 너무나 많은 걸 깨닳았다.

 

나는 드럼을 배우러 와서, 내 내면에 있는 무언가를 깨뜨리고 가는 것 같다.

 

아마 그동안 쌓아온 경험에서 파생된 여러가지 트라우마와 기억들때문이겠지.. 

 

하나하나 깨나가서 결국엔 정말 내가 원하던 "드럼 컨텐츠를 만드는 사람","드럼계의 백종원"이 되고싶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선생님도 처음 이 연습실을 시작할때 지저분하고 작은 공간에 드럼하나 없이 레슨을 시작했다고 하셨다.

 

하면서 몇년에 걸쳐 하나하나 채워나갔다고 하셨다.

 

선생님도 처음엔 이렇게 시작하는게 두렵고 싫어서 다른 전공으로 바꾸려고 하셨다고 그랬다.

 

뭐든 처음이 힘들다. 내 내면을 부셔버리는것이 너무 힘들다.

 

하지만 난 이제 피하지 않을 것이다. 부딪히고 깨부수고 새로 써나갈 것이다.

 

아직 부족한게 너무나도 많고, 나아갈 길도 너무나도 많이 남아있지만, 나는 이제 다시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할 수 있다.

 

 

감사합니다. 

 

매순간 행복할 순 없어도, 매순간 깨닳을 수는 없어도, 매순간 괜찮은 사람일 수는 없어도, 결국엔 내가 원하던 바에 한걸음 더 나아가게 되고, 나를 도와주는 이들이 있고, 내면이 점점 더 깨어나가게 되는 것을 앎에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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